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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shahan2 2021. 12. 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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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문해력이란 말이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매체를 통해 최근 청소년들이 한글 맞춤법이 틀리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의 발전으로 글자 대신 영상으로 정보 습득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초반부 소개된 예시 속 초등학교 선생님의 업무를 통해 느껴지는 바가 많이 있었다. 선생님의 업무에 정확한 정보전달을 넘어,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미기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문장이 길어지는 순간 아이들은 문장의 요지를 찾지 못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져 오히려 선생님의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티브이를 즐겨보던 나 역시도 언젠가부터는 짧게 정리된 소위 말해 짤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성인도 이러한데 아이들이 변해가는 것도 그래서 선생님의 부수적인 수고가 당연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해력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데다 그것이 반복되니 집중력까지 떨어져서 글로 무언가를 읽는 행위가 귀찮아진 것이다. 책에 수록된 성인용 문해력 테스트는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특별히 어렵거나 긴 글감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의 한 토막이라든지, 할인 제도를 적용해서 열차표를 구매할 경우, 얼마에 구매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들이었다. 관심 분야가 아니라며 밀어낸 탓인지, 문제를 밀어내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결과는 11점 중 8점. 그나마 이 중에는 찍은 것도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문해력 점수는 더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 위의 내용은 전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이다. 
테스트를 풀면서 든 감정은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그간 나는 얼마나 많은 이유로 읽기를 피해왔는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수학에 약하니까 직원에게 물어보고 그 금액에 맞춰 지불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거나 물건의 설명서를 가지고 있음에도 읽기 보다는 동영상 검색을 통해 확인하고 넘겼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시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탐구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읽기를 피하며 어쩔 수 없이 생긴 것들이고 자연스레 문해력은 저하되었던 것이다.

생후 7개월 이후 부터 책 읽기를 해 준 아이들은 평균 수준의 문해력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혹시 때를 놓치더라도 연습을 통해 문해력 격차는 줄일 수 있다. 영아에게 꾸준히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문해력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음운론적 인식능력을 키워주는 것인데, 만 4세는 음운론적 인식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아이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정확한 발음으로 답하며 긍정적 상호관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책을 읽을 때도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대로 멈추어 흥미를 유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눈으로는 그림책을 보고 부모가 들려주는 소리로 내용을 이해한다는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나야 교수는 "아이들이 글이 주는 정보와 그림이 주는 정보를 섞어서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려고 할 때 이해력이 발달한다....상호작용을 하며 책을 읽어주면 문해력의 기초가 훨씬 탄탄해진다"라고 말했다.  문해력이라는 것은 글자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라 했기 때문에 반드시 글자를 봐야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모 자체가 글자에 집중하여 책을 읽어주는 편이라면 도리어 글자 없는 그림책을 활용하라고 한다. 글자를 잘 읽기 위함인데 글자 없는 것을 택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더할 나위없이 신선하다. 또한 책장에 깨끗하게 책이 정리되어 있는 것은 어른의 시각에서만 좋아 보일 뿐 여기 저기 책이 널려 있는 것이 아이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문해력의 경우 매튜효과(부익부 빈익빈 효과)가 크게 작동하는 영역이라고 한다. 문해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 보면 그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진 다는 것이다. 이에 문해력 조기개입이 중요하며, 일반적인 교실 수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최저 수준의 아이들을 위한 개별 수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초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학년 별 읽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리딩 리커버리 프로그램을 통해 문해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하도록 한다. 이때는 개별 전담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수업은 일반 수업 외에 보충수업이 아닌 일반 수업으로 인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 문해력이 가장 큰 학습도구이기 때문에 과목수가 늘어나는 초 3 이전에 어느 정도의 문해력이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똑같은 수업도 어휘력의 수준에 따라 일반적인 학습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므로 중고등학교 학생의 경우, 학습도구 어를 정확히 익히도록 해야 한다. 학습도구 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업의 흥미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의 사회생활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2017년 미국의 기업인 조시 버노프는 직원들의 문해력 저하가 회사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을 계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잘못된 글쓰기로 인해 매년 4000억 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다.
이는 사회생활에서 소득격차,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것이 결국 "권력"으로도 이어 질 수 있다는 결론이 뼈 아프게 다가온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활동 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바로 학생이 선생님에게 질문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꼭 학습적인 내용이 아니어도 된다. 게임 관련 질문이어도 상관없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재미있어 하지만 이내 진지한 태도로 질문에 임하며 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아이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토론의 질이 높아진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책 읽기를 권하면서도 항상 정해진 방식대로 아이들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권장도서 위주로 선택해서 읽어줬으면, 독후감을 쓰며 쓰기 능력까지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는 도리어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며 더 나아가서는 독서에 거부감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 문해력과 독서를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재미있는 참여 방식을 통해 문해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BS팀에서 추론 및 계획, 감정조절의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실험을 해보았다. 이 전전두엽이라는 곳은 글을 읽을 때 매우 활성화 된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이 과정, 즉 읽기를 반복하다 보면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결과일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느 수준까지는 문해력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시기를 놓친 성인이라 할지라도 단련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어떤 지문이든 빨리 읽고 맥락만 이해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꼼꼼하게 글을 읽고 넘어가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느리게 읽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문해력이 단순히 책을 잘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인식이 중요해 보이며 그것을 인지한 이상 지금부터라도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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