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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shahan2 2021. 12. 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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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도를 기다리며
지은이: 사무엘 베케트 / 페이지 약 160 p
(2005.05.03에 씀)

감상평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 고도라는 대상을 기다린다. 그 그 과정에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장난도 치며 막연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포조와 그의 노예 러키가 등장하고 그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날 조우하지만 디디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서로의 존재를 잘 기억해 내지 못한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인 소년은 불안해하며 고도는 오늘도 오지 않는다. 내일은 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지만 끝내 고도는 오지 않는다. 간단한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것이 전부이다.

이 책은 세 시간 만에 푹 빠져 읽은 책이다. 극적인 줄거리나 반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끝까지 고도라는 존재가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 아쉬운 만큼의 생각을 하게 했다. 도대체 고도는 누굴까?
그것은 독자에게 철저히 맡겨진 존재이다. 작가마저 고도의 존재를 알았다면 작품에 썼을 거라고 했을 정도이니까. 사랑이나 희망 따위의 추상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디디와 고고에겐 무엇일까.

혹자의 말처럼 자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살을 하지 못하고 매일 고도를 기다린달까. 자살의 결심을 확신시켜 주는 존재랄까. 자살의 이유를 증명해 주는 존재랄까.. 혹은 나처럼 희망을 고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삶 속에서 한가닥 희망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고도가 왔더라도 그들은 끊임없이 또 다른 고도를 기다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단순히 사람의 욕심에 빗대어 보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고도를 만나도 또 다른 고도가 나타나길 그들은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포조의 노예 러키의 등장으로 나는 그가 어쩌면 고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러키라는 이름 때문이다. 고도라는 존재가 실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러키는 불쌍한 노예일 뿐이었다. 포조에게 구박받고 자신을 버리겠다는 주인 앞에서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힘없는 존재. 그런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계처럼 무엇이든 하는 그가 너무나 가여웠다. 장님이 된 포조를 떠나지 않고 계속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그..
그런 비인간적인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길들여진 채 살아가는 어쩌면 가장 나약한 존재일 것이다. 그것이 디디와 고고 즉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막은 1막의 다음 날이다. 거의 모든 일이 반복되지만, 디디를 제외한 나머지는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기억하고 곱씹으며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보다는 차라리 기억할 수 없는 편이 행복할지도 모른다. 망각한 채 끊임없는 희망을 기다린다. 그것이 삶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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