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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shahan2 2022. 1. 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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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하인리히 빌/ 2009.10.18

*줄거리*

1974년 2월 24일 카타리나 블룸은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이 일간지의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했음을 고백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5일간의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카타리나 블룸은 카니발 기간에 우연히 괴텐을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다음날 카타리나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로부터 괴텐이 살인혐의가 있는 강도임을 듣게 된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남자로부터 받은 열쇠를 괴텐에게 건넨 카타리나는 괴텐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얻게 되고 차이퉁 일간지에서 행한 모욕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감상평*

유시민의 미디어 강의를 듣고 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언론의 횡포와 위험성에 관해 알 수 있는 소설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이라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또 그 범죄를 스스로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카타리나에 관련된 진술들이 왜곡되고 오도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지나친 과장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미 이것은 현실의 한 단편이었다.

최근 100분토론 시청자 의견 왜곡 보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때도 제작진의 변명은 시청자의 의견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했다. 블룸의 어머니는,

[“왜 그런 결말이 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차이퉁에는 이렇게 썼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듯이,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블룸 부인의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그는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

이러한 사소한 말장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진실도, 왜곡도 될 수 있었다. 그나마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위의 예가 다가 아니었다. 사회주의자가 최악은 아니라는 인용문 한마디로 그녀의 아버지를 공산주의자로 표현했다든지, 얼굴이 빨개져 붙여진 별명인 빨갱이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어 그녀 역시 빨갱이로 만든 부분을 보면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는 속담, 더욱 격한 표현으로 펜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위독한 카타리나의 엄마의 병실에 페인트 공으로 위장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그녀의 죽음으로 그 한계는 넘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무서운 사실은 이러한 모습들은 소설 속 이야기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도 누군가의 알 권리를 위해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다. 자신 때문에 죽게 된 엄마를 위한 기도조차도 거부하는 카타리나의 모습을 보며 사실을 왜곡한 이들에게 화염병을 집어던지려는 그녀의 지인보다 오히려 담담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인 카타리나를 보며 그녀의 결심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끝까지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 퇴트게스를 쏘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타리나는 그저 사랑에 빠지고 그 애인과의 관계에 연루되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가족과 그녀 자신이 완전히 무너지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그런 사랑 때문에 말이다. 가슴 아팠던 것은 아픔으로 남겨질 그녀의 사랑을 그녀는 끝까지 믿었다는 것이고 그녀가 살인을 저지르고 들른 찻집에서 그녀를 향해 친절함을 베푼 한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카타리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신에 관한 가십을 사실로 믿고 있는 타인을 바라보는 카타리나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마지막까지 가슴이 남는다.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녀의 계획대로 그녀는 먼 훗날 사회로 돌아온 다면 그녀는 그녀만의 터전을 다시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잊힌 기억 속의 거짓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 사실이 더욱 가슴이 아프다.

*구절*
p 85 잠깐 동안에 카타리나가 살짝 밖으로 빠져나가 어스름 새벽녘에 처음 눈에 띈 가장 좋은 차이퉁 무인 판매함을 부수고 열었다. 일종의 성물 절도 같은 짓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돈을 내지 않고 차이퉁을 빼냄으로써, 차이퉁의 신뢰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역류 정체 현상은 일단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순간이 바로 블로르나 부부가 의기소침하고 신경이 곤두선 채 우울한 기분으로 야간열차에서 내린 후 나중에 집에서 보려고 같은 판 차이퉁을 손에 넣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p 107 그녀는, “왜 그런 결말이 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차이퉁에는 이렇게 썼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듯이,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블룸 부인의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그는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p 124 그는 자신의 후각이 항상 믿을 만하다며, 블룸이 공산주의자라는 냄새를 그냥 맡았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후각을 정의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블로르나가 그에게 설명을 부탁했을 때, 즉 그가 자신의 후각을 정의할 수 없다면 대체 공산주의의 냄새란 어떤 냄새인지, 소위 공산주의자 냄새가 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아주 비협조적이었다.
p 125 카타리나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였음을 입증하는 유일한 인용문은, 1949년 그 마을에 있는 일곱 술집 가운데 한 곳에서 농부 쇼이 벨에게 카타리나의 아버지가 했던 말로 사회주의가 절대 최악의 것은 아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이상은 얻어 낼 수 없었다.
p 142 학교 다닐 때 그는 나를 늘 ‘우리 작은 빨갱이 카타리나’라고 불렀지요. 그런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난 전혀 몰랐어요. 신부님이 나를 그렇게 부르면 반 친구들이 모두 웃었어요. 내 얼굴이 새 빨게 졌거든요.
p 143 그리고 차이퉁의 가십에 관해 말을 꺼냈습니다. 친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최소한 조금은 그 기사를 믿는 눈치였습니다.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난 그녀에게 설명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찡긋하면서 말했어요. ‘그러니까 넌 이자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네’ 라고요. 그래서 난 ‘그렇다’고 말했지요. 나는 커피를 잘 마셨다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뫼딩의 집으로 갔어요. 그때 그는 나에게 아주 친절했습니다.
p 150 차이퉁에 헤드라인과 센세이션을 제공하고 다른 신문에까지 진짜 이야기를 제공하려 함으로써 그저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신문 기자의 이런 끔찍한 ‘무지’. 그렇다 거의 아무것도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의 무지함이 카타리나로 하여금 권총을 뽑아 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
p 151 제목, 부제, 모토라는,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것 같은 이 세 가지가 이야기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이것들은 이야기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것들이 없다면 이 이야기의 팸플릿 같은 경향-이것은 사실 경향 소설이다!-이 이해되지 않는다.
p 152 그밖에 당연히 이 책이 의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언론사는 화를 냈을-이해가 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매주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없앤 것이었다. 이 책을 언급해야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158. 68 학생 운동의 여파라고 할 수 있는 테러리즘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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