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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아침 일기

shahan2 2022. 1. 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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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긍정적인 생각하기. 과도한 걱정 버리기. 일기 쓰기와 같은 것들이다.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곤 했던 나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딱히 내 마음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기는 꾸준히 쓰고 있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과도한 걱정 버리기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기장에는 언제나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오늘 왜 그랬을까, 역시 나란 사람은 한심하다라고 빽빽하게 채워진 글들 뿐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역시나 실행에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하루 5분 아침 일기" 라는 책을 발견했다. 자기 계발서라고 오해하고 구입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샘플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흔한 자기 계발서라 생각해 구매조차 하지 않았을 덧이다. 이 책의 처음 40페이지 분량은 이 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 일기를 쓰는 방법이라든가, 유명인들이 성공한 방법을 빗대며 이 일기를 써보도록 권유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책이라고 느껴질 만한 부분이다. 나머지 빈칸은 나의 몫, 나의 이야기로 채워가면 된다.

나는 이 책을 2019년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당연히 새해맞이 정신건강 단련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금 2022년 1월이고 나는 이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고, 앞으로도 이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3년 가까이 이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긍정적인 노력이라는 것이 조금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도 그렇게 쓰여있다. "오늘 당신이 3년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책 속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처음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놀랍게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한 페이지 구성은 아침 3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어보는 것이고, 저녁용 2가지의 대답을 적는 것이 전부이다. 게다가 너무 간단하고도 지극히 주관적인 질문이어서 쓰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어려웠다. 5분 일기가 아니라 10분 일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똑같은 질문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 시간이 길어진 핵심적인 이유이다.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기를 쓰는 아침 그 순간 감사한 일, 어떻게 하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나를 위한 긍정한 줄 적어보기가 전부이다. 쉬워보이지만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감사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아침에 눈을 뜬 걸 감사할 정도로 나의 부정적 성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쥐어짜기 시작했다. 골머리를 앓다는 표현이 딱일 정도였다.

이런 막막함을 지은이도 경험했기 때문일까, 들어준 예를 통해 그나마 나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따뜻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 " 정도면 충분하다. 이 문장이 주는 느낌은 사소하다. 그리고 구체적이다. 구체적이라는 방향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 오늘 하루의 주어짐이 감사하다는 식 보다는 (물론 진심을 경우는 상관없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내 침대가 따뜻하다는 것만큼 일상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이 더 있을까. 이런 식이다. 나의 경우 대부분의 오전 시간은 잠으로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하니 오전에 눈을 떠서 잊지 않고, 일기 쓰기 루틴을 반복하고 있다는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내 행동을 내가 기특하게 생각한 것이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저녁 일기를 쓰기 위한 소스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동료가 나에게 사탕을 준 지극히 사소한 일을 기억했다가 저녁 일기에 쓰는 것이다.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가 저녁 일기를 쓸 소재를 주고 있는 것이다. 좋은 기억을 곱씹고, 좋은 기억을 적어두는 형태로 나날이 바뀌어갔다. 그 날 안 좋았던 기억을 자기 전에 곱씹으며 빽빽하게 저주하던 때의 나의 모습과는 달랐다. 행복 뭐 별거냐라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쓰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소함을 감사함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이처럼 이 일기를 쓰며 구체적인 하루의 기분좋은 일들이 쌓여가기 때문에 예전의 일기를 꺼내봐도, 기분 좋은 생각만 떠올라 버릴 수가 없다. 물론 중간에 어둠의 기운이 밀려와 이 일기 한 권을 다 쓰고 나니까 이 일기에서 제시한 질문들을 내가 따로 노트에 적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해 이 책의 다음 권을 사는 대신 빈 노트에 하루 감사한 일 3가지 정도를 적어갔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부정적인 일기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돈을 들여야 제대로 할수 있다는 말도 헛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0원짜리 노트에 적어가는 하루하루보다는 15800원짜리에 적는 무게감은 솔직히 다르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나와 같은 유혹에 빠져든 사람이라면, 일단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스스로 꾸준히 해 나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대단한 일이지만, 이 5분 노트에 직접 써보기를 권한다. 돈을 절약하는 것보다는 한 권을 끝까지 써나간다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비가 오는 걸 싫어하는 나는 아침 감사에 이렇게 적는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서 감사하다"
아침 잠이 많아 내내 침대에 있는 나는 이렇게 적는다. "이불을 박차고 나와 오늘 일기를 시작하는 것이 감사하다"
아침잠을 못 깨고 다시 자버리는 날에는 이렇게 적는다 "요 며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했는데 잠을 보충해서 감사하다"라고 말이다. 아침잠을 이기든 못 이기든 결국은 감사함이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생각의 전환이다. 모든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느끼기는 어렵다.

우리가 흔히들 반 쯤 남은 물컵을 보고 반 밖에 안 남았네, 반 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물음에 언제나 전자였던 나의 대답이 가끔은 후자 쪽의 선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란 인간이 언제나 후자만 답하도록 바꿔주는 책이 아니다. 이 일기를 3년간 적어오며 느낀 점은 그것이다. 나름 한다고 3년 넘게 이 정도의 노력을 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달라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보증한다. 나는 지금 세 권째 일기를 쓰고 있다. 내가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지인에게 이 일기를 선물했다. 얼마 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감사할 일이 그다지 쓸게 없다고 말이다. 쥐어짜고 도저히 없다고 말이다.그래서 제안했다. 거창한 게 아니니 이 일기를 쓰는 자체가 감사하다, 그도 아니면 날짜 밑에 좋은 명언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을 쓰라고 말이다. 그럼 감사한 일 3가지 중 하나 이상은 매일 채워지는 셈이다. 물론 나 역시 매일 썼다고 자부할 수는 없고, 본래의 우울한 감정이 올라와 감사한 일이 때로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3권째 일기를 쓰는 내 모습을 응원하며 3년 후 또 다르게 달라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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