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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shahan2 2022. 2. 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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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의 활약은 최근 방송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눈부시다. 단순히 육아 전문가인 줄 알았던 그녀를 다시 본 것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방송을 보고 나서부터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엔 아픔을 갖고 있고, 대게 그 아픔의 근원은 가정환경이다.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몹시 크고 높다.  


 

 


이 책의 제목은 화해 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나와 화해하는 것이다. 나 혼자 일방적으로 상처받은 것일지라도 결국 그 상처받은 나 때문에 앞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할까. 

이 책은 그간 오은영 박사님이 만나고 상담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물론 그들을 상담한 오은영박사님의 따뜻한 상담 조언까지 담겨 있다. 그 상담의 결말에 공통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일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이야기해 보라"는 것이다. 나를 상처받도록 만든 사람들에게 말이다.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할지라도 엄마와 딸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애증'이라는 단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것 같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엄마일지라도 그에 맞먹는 미운 감정은 마음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이리도 미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인연을 끊기란 어렵다. 이 책의 내용 속 많은 사연자들 역시 가족과 멀어지고 싶어 했다. 오은영 박사님은 그럴 때는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다. 가족과 멀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으면서도 곁에 머무르며 또다시 상처받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면 그때는 한 걸음 멀어져도 된다는 박사님의 말에 위안을 얻는다. 

 

이 책의 사연자들에게서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그들이 단지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미안하다" 이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이 말을 듣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 이유는 엄마와 딸의 기억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엄마는 자신의 말에 대한 본인의 선한 의도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당시에 뱉은 말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자식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그 마음 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충고에 좋은 의도가 아닌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기에 부모 역시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박사님은 그렇게 말한다. 그래도 속마음을 표현하라고 말이다. 말을 해서 그 일이 해결되거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 이 나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위에 언급한 프레임 안에 있는 사연자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피하거나 참아버렸다. 위의 조언은 박사님이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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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중 공감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처럼 혹은 아빠처럼 그런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결국 그와 같은 이성을 만나거나 심지어 그런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강박적 순환"이라는 개념의 일부라고 한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우려다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나와 같은 자식을 낳으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까지 이어진다. 나 역시 그러한 고민을 했던 사람 중의 하나인데, 오은영 박사님의 속 시원한 답변에 마음이 놓였다. 그것은 "아이의 유전자의 반은 완전히 남인 남편으로 부터 왔으니 그럴리는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물론 이것은 위에 언급한 강박적 순환에 빠지지 않은 상태일 때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이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아팠던 과거의 이야기만 들려주었던 것이 아니다. 의외로 성인이 된 인간관계에서 도움이 될 말들도 꽤 많았다. 소위 말해 독설이라는 것을 꽤 듣고 자랐던 나는 부모님과 반대로 말하기 위해 언제나 둥글게 말한다.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가능하면 상대의 말에 동의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존 방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삶의 방식에는 늘 의문이 따르는 게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 친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책에도 똑같은 고민이 나온다. 

 

오은영 박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고민을 말하면 "안전한 대답"을 할게 아니라, 그 사람의 "고민의 깊이에 맞춰 진지하게 따라가 줘야한다"라는 것이다. 나는 갈등을 회피하고자 이러한 길을 택했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믿고 도움을 청했던 것인데, 그저 그런 안전한 대답은 그 친구가 나에게 그다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 큰 울림이 있었다. 이래서 내가 친구가 없었구나라며 씁쓸하게 웃기는 했지만 그 원인과 해결책을 동시에 찾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갈등이 두려워 회피하고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전할 뿐 아무도 없었다. 

 

화해. 참 좋은 말이다. 상처받은 나와의 화해하라는 말이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게다가 이 책은 전적으로 부모 자식 중 자식의 편에 선다. 부모를 대하는 자식의 감정에도 미숙함이 있지만 그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 또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까 보다는 아이가 부모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랄까를 생각하라고 오은영 박사님은 말했다. 참으로 어려운 부모님의 자리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자리에 앞서 지금의 나, 자식을 먼저 안아주는 박사님의 글에 감탄했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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