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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2. 사랑했다 정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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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2. 사랑했다 정말.

shahan2 2024. 2. 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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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2. 사랑했다 정말.

 

 

이 책의 분위기는 대체로 신비롭다.

멘시키라는 존재가 그러했고, 주인공을 지켜보는 한 남자 “스바루 포레스타”라는 인물 역시 그러하다.

나중에 주인공이 그려내는 스바루 포레스타라는 남성은 주인공이 이혼 후 방황할 때 식당에서 마주한,

말 그대로 지나가는 남자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에게 압도되어 그가 어디서든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초상화 그리기를 그만두던 주인공을 스스로 초상화를 그리게 만든 미지의 인물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스바루 포레스터 역시 “위대한 개츠비” 의 어떤 존재를 오마주 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인물을 지켜보는 안경 쓴 간판이 나온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선 “네가 한 모든 행동을 알고 있다”라며 지켜보는 대상이 스바루 포레스타이다.

이 스바루 포레스타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작품 내의 또 다른 메타포를 제시한 것만 같다.

기사단장 죽이기 안의 위대한 개츠비. 이렇게 또 한번 메타포는 전이했다.

 

 

대체 언제쯤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명확한 답을 내려줄까라며 기대했는데,

그들은 그냥 연락이 끊기거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된 채 흐지부지 된다.

그 점이 스토리적으로 아쉽다.

가령, 이 책의 분위기가 신비로운 만큼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궁금증만 던져놓은 것들이 많다.

물론 작가가 모든 의문에 다 답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유즈가 주인공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부분에서 대체 어떤 꿈을 꾸었다는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할만한 꿈이라면 말해줘야 하지 않은가?

스바루 포레스타라는 존재는 마지막 뉴스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메타포였던 것일까?

갑자기 누군가에게 쫓기든 나타나 주인공을 유혹하는 여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그녀로 인해 스바루 포레스타를 만난 것인데 그녀에게 이 모든 메타포의 의미는 없는 것일까.

아키카와 쇼코가 비밀리에 읽고 있던 책은 대체 뭘까?

나중에라도 장난스럽게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마치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은 질문이었는데, 그저 아무 일도 아닌 일로 넘어가서 괜스레 답답했다.

너무 깊게 읽은 책이라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궁금했던걸까.

그저 스쳐 지나보내도 될 부분이었음을 받아들이는게 어쩐지 잘 안되었다.

 

주인공이 이데아의 세계로 빠지고 많은 인물들을 만난다.

현실세계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친구, 멘시키와 그의 딸이 만난 사람이 직접 교제한 사람들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데아의 세계에서 그를 이끈 것은

기사단장> 긴 얼굴> 얼굴 없는 사나이> 돈나안나> 여동생 코미까지 많은 인물들을 만난다.

이들은 주인공을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로 연결시켜주는 매개들로 등장한다.

초반에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되듯 그곳에서 빠져나와 현실세계를 눈앞에 둔 코앞에도

여동생 코미가 있었다. 확실히 주인공에게는 의미있는 존재였다.

 

나는 기사단장, 멘시키는 얼굴 없는 사나이, 여동생 코미는 유즈.라고 멋대로 동일시해보았다.

구덩이에서 나와서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 나와 기사단장,

나에게 초상화를 부탁함으로 인해 주춤했던 나의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주는 존재인 얼굴 없는 사나이와 멘시키.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마지막 관문 속 안내자인 여동생 코미와,

이데아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에 나와 재회하고 만 유즈.

현실과 이데아의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메타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얼굴 없는 초상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너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읽기를 하며 그때의 얼굴 없는 사나이였음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주인공은 얼굴 없는 사나이를 그리지 못하는데, 그는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다시 그를 그리고 마리에의 펭귄 피규어를 돌려받는 때는 얼굴 없는 사나이를 그리게 되는 때 임이 틀림없다.

그때는 주인공이 보다 예술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러 궁금증을 남겼지만 그만한 답은 못얻은 기사단장 죽이기.

그러나 아쉬워서 자꾸 생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는 이 소설을 서점 가판에 올리지 못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아마다 토모히코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장면에서 역사적 문제를 잘못 서술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일본사회에서 이일로 미움을 받은 하루키지만 나는 그래서 더 하루키와 이 작품이 좋았다.

난징 대학살이나 유대인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는 부끄러운 나는

스토리상으로 크게 지장이 없다판단되어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다만 토모히코가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지인을 잃고 피폐해졌다는 점만 이해하며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타카하시 잇세이가 연기한 멘시키는 실존 인물일 거라고 믿고 싶을 만큼 잘 어울렸다.

신비로우면서 어두운 느낌을 뿜어내는 멘시키 역할과 타카하시 잇세이의 목소리는 정말 멋있었다.

다시 또 이렇게 깊이 빠져 소설을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만큼 읽는 내내 행복했던 기사단장 죽이기 정말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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