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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감상평 (1) /아멜리 노통브

shahan2 2023. 3. 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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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감상평 (1) /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두려움과 떨림』. 현실을 현실보다 더욱 치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의 중압감을 피아노 선율 같은 세밀하고 가벼운 터치로 승화시켰다. 작가만의 명징한 통찰력, 감정을 전혀 섞지 않는 차가운 문체가 글의 재미를 더욱 높인다. 일본 대기업에서 겪은 자전적 체험의 소설이다. 일본 회사의 견습 사원이 겪는 엄격한 명령 체계,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절차와 형식 등이 풍자적인 시선으로 묘사했다.
저자
아멜리 노통브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14.10.10

 

 

*감상평*

 

 

이 책은 벨기에 인이 일본회사에 입사해서 겪은 일들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일본 직장 내의 주종관계 및 상하관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모습을 많이 엿볼 수 있다.

“벨기에 인이 일본회사에서 불필요한 일만 하며 구박받다가 퇴사한다” 는

한 줄 요약이 가능한 줄 거리의 책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 상황 속에서 펼쳐진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통해

일본 특유의 사고방식을 꼬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일본인은 다 이렇다며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사회든 가정이든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회의식과,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문화를 겪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습사원이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불필요한 일들을 보면서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슬프게도 자전적 소설이었다는 것이 반전이었다.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문화를 접하면서 능력을 쓸모없게 만드는

또 하나의 능력의 탄생을 보면서  쓴웃음이 배어 나왔다.

커피를 타며, 달이 바뀔 때마다 달력을 뜯어내는 일 정도는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결국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 신세까지 되었다.

무엇이 잘못인지 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상사의 기분에 따라 직원의 업무편지를 찢어발기고,

상사 앞에서 외부인들에게 유창성을 선보였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에게 크게 호통치는 모습은

어긋난 조직세계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종이의 중심이 맞지 않으니 다시 복사해 오라는 상사의 요구에 아멜리는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형식적인 문서 틀을 집착하는 상사의 행동을 꼬집으며,

그녀는 오히려 그로 인해 희생되는 나무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한다.

 

“내 상사가 나를 벌하기 위해 낭비하고 있는 죄 없는 불쌍한 나무들 생각에 차라리

울고 싶은 마 음이 들었다.

p. 30"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아멜리의 태도가 웃기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누구나 비웃음을 살만한 행 동을 하는 상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아멜리의 안타까운 처지가 공감이 갔다.

 

그런 그녀에게 능력 발휘 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마저도 타 부서의 상사였는데,

그로 인해 그녀는 회사에서 단단히 찍히게 된다. 자신이 맡기에 충분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위계사회에서 감히 신입 사원이 맡기에 과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는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모든 상황에서 핍박받는 결과를 맞이한다.

아멜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냈던 자신을 돌이켜 보며 잠시나마 큰 착각 속에 있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녀의 표현의 의하면 그녀는 '비빔밥 그릇 옆에 버터를 올려놓은 것' 같았다고 한다.

이 세계에서 능력에 맞는 일이라는 것은 감히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꿈의 세계인 것이다.

 

후부키는 직속상관이라는 이유로, 아니 그녀의 치부를 아멜 리가 목격했다는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아멜리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남자 직원들 뿐 아니라 유미모토의 최고상관인 사장 역시 이를 알고 불편해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없다.

상하관계가 촘촘히 구성되어 있는 데다 이를 역행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최고 상관 역시 직속 부하 세계에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그들의 삐뚤어진 조직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장님은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그 역시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아무리 잘난 개인이라도 제도를 바꾸기란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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