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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 감상평

shahan2 2023. 2. 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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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 감상평

 

 
다리를 건너다(양장본 HardCover)
데뷔 20년을 맞은 《악인》, 《분노》의 저자 요시다 슈이치의 미스터리 판타지 『다리를 건너다』. 《주간문춘》에 연재된 이 작품은 저자의 작품 최초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크게 화제를 나았다. 그동안 담담하지만 노련한 시선으로 인간 심리의 부조리를 조명하며 현대 일본 문학계를 대표해온 요시다 슈이치. 그가 이번에는 오늘의 선택이 어떠한 미래로 이어지는지 긴 호흡으로 그려 보인다. 도의회 성희롱 사건,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노벨평화상 수상, 홍콩 우산혁명,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 등 최근 일본 대내외의 실제 사건들을 픽션 속에 녹여냈고, 실제와 허구가 묘하게 섞여들며 판타지의 재미를 더한다.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는 맥주 회사 영업 과장 아키라의 집에 수상쩍은 물건들이 잇달아 배달된다. 도의회 의원인 남편을 둔 아쓰코는 행여 남편이 실수라도 할까 전전긍긍한다. 또한 의협심에 불타는 다큐멘터리 감독 겐이치로는 생각지도 않던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이렇듯 완벽하지 않아도 감당 가능했던 삶을 살아가던 도쿄의 세 남녀의 평온한 일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이 불안 속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까.
저자
요시다 슈이치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7.07.17

 

*감상평*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3장의 이야기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그들 모두가 여러 방식으로 만나게 된다.

현재로부터 70년 후의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시대의 이야기 이므로 순수한 인간의 존재가 아닌 히비키와 린,

평범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 나이 든 고타로와 유카, 과거의 모습으로 미래로 이동한 겐이치로까지

서로 다른 인간의 모습이 뒤섞여 한 공간에 존재한다.

각 장의 이야기가 서로 관련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각 장의 이야기에서 등장한 중심사건 이외의 상황들이

다음 장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주인공들이 각자의 입장을 서술한 이야기 보다 새롭게 느껴졌다.

 

 

1장의 아키라 이야기에서, 동료 여 의원에게 야유를 퍼부은 의원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그 의원의 아내가 2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남편의 인해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아쓰코는 자신이 구독하는 잡지사에
더 자극적인 뉴스를 
싣도록 요청하는데, 그 잡지사의 감독이 3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편의 주인공이 취재하며 만나게 된 교수가 연구한 결과물은 4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인물이 된다.

4장의 주인공은 사인이라는 존재로 그는 1~3장의 주인공,

즉 일상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존재이자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일상에서 펼쳐지는 사소함이 서로 연결되어 4장에서는 70년 후의 상황으로 시간은 이동한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소한 상황들이 만들어낸 미래의 모습들은 나비효과라고 할 수도,

인간의 진화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서 등장한 미스터리한 장면에 대한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대체 누가 아키라의 집 앞에 쌀과 술을 놓아두었는지,
아쓰코의 쇼핑카트에 대체 누가 통조림을 몰래 넣어둔 것인지,

겐이치로는 왜 연행되던 순간 70년 후의 미래로 이동하게 된 것인지 말이다.

아마도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경고하는 누군가의 신호는 아니었을까.

이러한 미스터리한 일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구원받는다.

찝찝함에 경찰서에 보내버린 쌀과 술은 고타로와 유카의 아이에게 수호신이 되고,

아쓰코에게 통조림은 자살을 막는 도구가 되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각 장마다 나에게 익숙한 사건 사고들이 등장한 점이다.

우리나라와 관련 깊은 세월호나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건,
홍콩의 우산혁명 사건 등의 2014년에 실제 일어난 사건들이 묘사되는데,
작가가 그 시기의 주간문춘에 연재한 소설을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사건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나 소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또한, 미래에 겪게 될 인간 외의 다른 존재에 대한 문제 등은 논픽션 소설에서 SF 소설로 장르가 변하는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다 라는 제목이 어떤 뜻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표현을 빌리자면 ‘선을 넘는다’ 정도가 아닐까? 정도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과해지면 우리는 선을 넘는다고 표현한다.
그 표현에 빗대어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를 건넌다는 의미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키라는 결혼생활에 불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시작하였고,
아쓰코의 남편인 히로키도 야유 사건이 사그라들자,
자중하는 대신 자신의 이미지를 뇌물로 덧칠하였으며 그로 인해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겐이치로는 약혼녀와의 이별을 허락하는 대신 살인을 선택했다.
모두가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를 건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결말에 대한 복선이기라도 하듯, 아키라는 늘 꿈을 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살인은 기본이고, 강도, 강간까지 꿈속에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다고 했다.
실생활에서는 아내의 조카를 돌보며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버금가는 죄를 시작하게 된다.

우연히 만난 예전 이웃을 보면서 그가 주말마다 젊고 새로운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것을 떠올리고,
신혼인 직장 후배가 아내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으면서 의심스러운 업체에 예약한다는 아이러니함을
꼬집으면서 정작 자신도 불륜을 저지른다.

 

그와 불륜관계를 시작하기 전 마사는 그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그들의 잠자리를 시작으로 그들은 불륜 관계를 시작하게 될 것이고 아키라가 질리면
언제든 헤어질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마사는 그와의 불륜을 시작하는데 동의한다.

남편의 비리를 목격했음에도 도리어 남편을 이해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아쓰코는
자신과 별개인 학부형의 불륜 관계를 모른 척 함으로써 자신들의 죄도 드러나지 않길 바란다.

겐이치로의 의협심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약혼녀를 살해하게 만든다.
(실제로 그녀의 판단이 더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히비키는 린과 도망치기로 결정한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도피하고 싶은 인간과 관련된,
금방이라도 잡힐 수 있는 장소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이렇듯,
자신의 선택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알면서도 이와 같은 선택을 하고, 괴로워했다.

어쩌면 모든 인간이 하는 행동들을 작가는 가감 없이 보여주며 비판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이래서 좋아한다.
기본 줄거리는 현재의 행동이 만들어낸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작가는 여러 인간상을 보여주며
인간을 정의한다.

 

 

*인상 깊은 구절*

 

인간이란 존재는 불가사의해서 전혀 흥미도 없었고 나중에 후회한 적조차 없는데도

문득문득 그때 일을 떠올릴 때가 있다. p27 - 아키라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가 잘못됐다고 알아챈 순간,
그걸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어
어떻게 하면 자기가 옳은 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p104 -아쓰코

 

어느 시대나 인간은 약자를 원한다. p480 - 히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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