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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스포 o

shahan2 2022. 7.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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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스포 o

 

박해일, 탕웨이, 박찬욱, 칸 영화제라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보게 된 영화. 

 

<줄거리> 

 

해준은 산의 정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의 아내 서래와 만난다.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서툰 서래에게 첫눈에 반한 해준은 그녀가 유력한 용의자임에도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처럼 잠복하며 그녀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서래 역시 해준이 곁에서 맴도는 것을 알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이내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다.
사건은 종결되지만 해준은 서래가 요양 보호하는 일을 함께 도와주다 그녀의 알리바이가 거짓임을 알아차린다.
직접 그녀의 길을 따라가 본 해준은 서래의 범행을 확신하고 그녀를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범행의 증거가 되는 핸드폰을 그녀에게 돌려주며 자신은 붕괴되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해준은 아내가 있는 이포로 이직하고, 그곳에서 다시 서래와 재회한다.
서래는 애널리스트인 또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혼란스럽던 해준은 서래의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다시금 서래가 범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의 남편을 죽인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남편을 죽이도록 만든 것은 서래였다. 

남편은 서래가 갖고 있던 해준의 음성파일로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고, 그녀는 해준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남편을 죽이기로 한 것이다.
해준은 모든 사실을 알게되어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사라진 곳에 도착해서도 그녀를 찾아내지 못한다.  

 

 

영화 속 산, 바다 남과 여의 시선이 너무 잘 드러나는 포스터 인것 같다.

 

<감상평>

 

박찬욱 감독의 이전 영화들은 거부감이 드는 장면이 꽤 많았어서 재미는 있지만 반드시 어떤 장면은
눈을 가리게 된다든지 움찔하던 장면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마지막 서래가 자살하는 장면까지도 자세히 보여주지 않아 눈으로 보기에 괴로운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리적으로 나를 움찔하게 만들어 불쾌하게 만들었다.

불륜인데 이리 애틋하고 절절해도 되나 싶을 만큼 가슴이 뛰었다. 

둘의 사랑을 응원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불륜을 다룬 영화와는 달리 남자와 여자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간에는 차라리 '둘이 자버리고 그냥 끝내버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둘의 애정씬은 후반부 잠시 잠깐의 키스가 전부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위태위태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 부 잠시 피식 거렸던 해준의 동료의 말이 생각난다.
"서래, 초밥 왜 사준거예요?" 

그간 수사하며 먹는 식사는 국밥과도 같은 것이지만 서래에게는 고급 초밥을 사주고 그녀와 함께 마주 보고
식사하며 
부부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황당하기도 했다. 

지금 이 화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품위 있던 경찰이 죄책감 없이 자신의 감정을 서래에게 표현하는 장면,
아내만 뒤적거릴 수 있던 해준의 품 속 주머니를 거침없이 뒤적거리며 립밤을 바르는 서래의 모습. 
남녀가 옷을 다 벗고 뒹구는 것만이 외도가 아니라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나까지 괜시리 상처받은 느낌이었다. 

서래가 비친 탁자를 찍어 벽에 걸어두고, 서래 때문에 중국어 책을 사서 공부를 한다. 
서래가 맡은 일에 차질이 생기자 대신 그 일까지 봐주러 가는 해준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이다. 
결혼이라는 말만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설레이는 로맨스 영화일 것이다. 

조사 중 서래의 말 처럼 이 영화는 이런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혼했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있나요?" 말이다.

서래와 헤어져 아내와 함께 사는 1년 여 시간 동안 해준은 말라가고 찌들어간다. 

서래는 그와 재회한 후 그에게 말한다. "나를 보니 다시 사는 것 같았죠?"라고 말이다. 

하지만 서래 역시 해준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놓아줄 때 녹음해 두었던 음성을 들으며 버텨왔다. 

품위 있었던 경찰 해준이 그녀의 죄를 입증할 증거를 바다에 버리라는 말을 곱씹던 서래는
그의 말처럼 자신을 바닷속에 빠뜨리기로 한다. 누구도 찾지 못할 방법으로 말이다.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낀 서래는 그의 미해결 사건이 되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죽는다. 자신의 죄를 회피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서래는 그렇게 선택했다. 

해준이 이야기한 바닷 속이라는 공간이 서래에게는 자신이 사랑받았다고 느낀 공간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품위 있는 경찰이 자신이 서래로 인해 붕괴되었다는 말을 남길 때 서래는 붕괴의 의미를 찾아본다. 

"무너지고 깨어짐"이라고 그의 마지막 음성을 이름 붙인 서래의 모습에서 또한 사랑이 보였다.
그의 말을 잊지 않고 싶은 마음이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파일 때문에 해준이 또다시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살인을 저지른다.
서래의 해준을 지키기 위한 다급했던 선택에서도 그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서래가 돈을 노린 살인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탄탄한 그들의 사랑에 불륜,
살인의 정당화라는 
표현은 잠시 생각나지 않았다. 

 

해준의 아내 역시 해준의 외도를 눈치채고 기다렸다는 듯 떠나버린다.
두 손에는 여성호른몬에 좋다는 석류와 남자에 좋다는 자라를 들고 말이다.
아무리 미워도 사랑을 나누자는 약속을 이야기하는 해준을 아내는 그대로 지나친다. 

석류와 자라를 들고, 아내 역시 해준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을 거라 생각되는 이주임과 함께 떠난다. 

석류와 자라가 이동하는 것이 부부관계가 변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해준과 아내 역시 불륜을 저질러 헤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맞바람이고 해준은 플라토닉한 사랑을 했을 뿐이지만 이 모든 과정을 아내도 보았더라면
어쩐지 상처는 아내가 더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래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만 조금은 해준을 잊을 정도로 해준과 서래는 사랑했기 때문이다.  

치우친 편애 일지 모르지만 너무나 애틋한 사랑을 한 해준을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불륜영화를 보고 이렇게 묵직한 한방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 참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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